사랑이 끝나고 난 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남는다.
검정치마의 정규 3집 앨범 『TEAM BABY』는
그런 모호하고도 깊은 감정의 층위를 솔직하게 꺼내 보이는 작품이다.
앨범의 이름 ‘TEAM BABY’는 단순한 애칭이 아니다.
연인 사이가 단순한 개인과 개인의 만남을 넘어,
서로가 서로의 삶에 깊이 얽혀 ‘하나의 팀’이 되었던 시기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 ‘팀’이 해체된 후에도
여전히 혼자 그 팀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조휴일은 이 앨범에서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그는 때로 무기력하고, 때로 원망스러우며,
또 때로는 말 못 할 미련에 짓눌려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곡도 감정을 과장하거나 억지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TEAM BABY』는 듣는 이에게 거짓 없는 감정의 기록처럼 다가온다.
음악적으로도 이 앨범은 이전보다 훨씬 절제되어 있다.
드림팝과 로우파이 사운드, 잔잔한 리듬 위에
조휴일의 나직한 보컬이 흘러나오며,
마치 오래된 기억을 되새기듯 서서히 가슴을 건드린다.
누군가는 차가운 앨범이라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앨범은 사랑을 너무 깊이 했던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체온을 품고 있다.
앨범 커버에 쓰인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은
그의 개인적인 기억이자,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이상적인 팀’이 무엇이었는지를 상징한다.
그 이상에 닿지 못한 사랑의 기억은 곧
이 앨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TEAM BABY』는 듣는 사람에게 말한다.
"당신도 이런 사랑을 한 적 있지 않느냐고."
그리고 그 물음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거부하지 못한다.